[성명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신규 핵발전소 건설 강행 발표 규탄
“이재명 정부, 핵발전소 확대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는 오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에 포함된 신규 핵발전소 2기 건설 계획을 사실상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후부는 두 차례의 정책토론회와 여론조사를 근거로 “국민적 공감대가 확인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신규 핵발전소 2기 건설 여부’를 따지는 현실적 논의는 배제된 채,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지적하며 핵발전의 경제성과 경직성 보완 방안을 강변하는 기술적 논의와 주장만 가득한 토론이 이뤄졌다. 또한, 핵발전 중심으로 설계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국민들이 답한 향후 확대가 가장 필요한 발전원은 재생에너지였음에도, 임의적 해석을 통해 핵발전의 필요성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정책 선택에 대한 시민의 판단을 묻는 공론화가 아니라, 이미 정해진 결론을 합리화하기 위한 형식적 절차에 불과했다.
이번 정책토론회와 여론조사 어디에서도 고준위 핵폐기물의 처리 문제, 신규 핵발전소 건설 부지 선정 기준과 입지 갈등, 사고 발생 시 주민 보호와 책임 문제와 같은 핵심 쟁점은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 질문 설계와 프레이밍, 시기에 따라 응답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이처럼 중대한 쟁점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채 위험과 부담이 지역에 장기적으로 집중되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정당화하는 것은 명백한 왜곡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번 결정이 대통령의 공개적 지시마저 무시한 일방적 강행이라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신규 핵발전소 문제에 대해 “난타전을 벌이더라도 따로 헤어져 싸우지 말고 모여서 논쟁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부는 실질적인 사회적 논쟁이나 선택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정책을 기정사실화하는 발표를 밀어붙였다. 이는 책임 있는 정책 결정이 아니라, 논쟁을 회피한 행정 독주다.
정부는 신규 핵발전소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이미 수많은 전문가들에 의해 현실성과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되어 온 주장이다. 핵발전은 구조적으로 출력 조정이 어려운 경직된 발전원이며, 재생에너지 역시 간헐성을 갖는다. 두 전원을 동시에 확대할 경우, 전력망 병목과 출력 제한은 불가피하다. 실제로 봄·가을철 전력 수요가 낮은 시기에는 태양광·풍력뿐 아니라 핵발전소 역시 출력 제한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경제성과 안전성은 물론 실효성도 검증되지 않은 ‘탄력운전’이라는 가설로 이 구조적 충돌을 덮으려 하고 있다.
또한 신규 핵발전소 건설은 그동안 반복되어 온 지역 불평등과 차별을 더욱 고착화한다. 핵발전소는 수도권이 아닌 특정 지역에 집중 배치되고, 위험과 환경 부담, 송전선로 갈등은 지역 주민이 감당해 왔다. 반면 전력 소비와 산업적 이익은 수도권과 대기업에 집중되는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이는 에너지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전형적인 ‘전력 식민지’ 구조의 재생산이다.
정부가 신규 핵발전소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전력수요 증가 전망 역시 심각하게 부풀려져 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반도체·AI·데이터센터 수요를 과장된 방식으로 반영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전력예비율이 5%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고, 실제로는 최근 최대전력 수요 시기에도 상당한 수준의 예비전력이 유지되고 있었다. 특히 반도체 전력수요로 뜨거운 지역은 용인임에도, 신규 핵발전소 후보지는 용인과 같은 수요지와 동떨어진 지역들로 거론되고 있다. 결국 ‘전기는 쓰는 곳에서 만들고, 지역에서 책임진다’는 이재명 정부의 ‘지산지소’ 원칙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일 뿐 이며,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과 또 다른 지역 갈등을 예고하는 선택이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은 신규 핵발전소 건설로 해결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력수요 관리, 재생에너지의 대대적 확대, 분산형 전력망 구축, 그리고 정의로운 지역 전환이다. 신규 핵발전소는 이 모든 과제를 지연시키고, 막대한 비용과 위험을 미래 세대와 특정 지역에 전가할 뿐이다.
탈핵시민행동은 이번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일방적 결정을 강력히 규탄하며, 전국 탈핵 진영을 넘어 기후·환경·노동·지역·시민사회 전체와 함께 이 위험한 후퇴에 맞서 싸울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신규 핵발전소 2기 건설 강행을 중단하고, 진정한 공론화와 에너지 전환의 길로 돌아와야 한다.
2026. 1. 26.
탈핵시민행동
(가톨릭기후행동,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녹색당, 녹색연합, 대전탈핵희망, 동해삼척기후위기비상행동, 밀양청도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 불교환경연대,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새세상을여는천주교여성공동체, 서울기후위기비상행동, 아이쿱생협,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정의행동, 영광핵발전소안전성확보를위한공동행동, 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원회, 정의당, 정치하는엄마들, 진보당, 참여연대, 천주교남자장상협의회정의평화환경위원회, 천주교예수회사회사도직위원회,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초록교육연대, 초록을그리다, 충북기후행동 탈핵기후위원회,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탈핵부산시민연대, 탈핵신문, 탈핵에너지전환전북연대,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한국YWCA연합회, 한살림연합,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 핵없는세상을위한고창군민행동, 핵없는세상을위한대구시민행동, 한빛핵발전소대응호남권공동행동,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 전국 42개 단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