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청소년겨울캠프 후기

2014년 2월 11일 | 청개구리 생태교실

야생을 가다!
2014 호남정맥 청소년 겨울캠프

글/ 박동진(부장)

올해 청소년 겨울 캠프는 지난 1월 17일부터 19일까지 3일 간 임실 팔공산 자락 <낙원제>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낙원제는 전대성 회원님이 운영하는 산속 명상센터입니다. 앞에는 계곡 물이 흐르고 뒤에는 팔공산의 든든한 산자락이 버티고 있습니다. 청개구리 회원, 청소년 동아리 회원, 완주 산촌유학센터 아이들 해서 모두 19명의 친구들이 이번 캠프에 참가했습니다. 우리는 차를 타고 목적지 아래까지 와서는 첫날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낙원제까지 걸어서 올라가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각자의 짐을 들고 힘차게 한발 한발 내디뎠습니다. 약 1시간 넘게 걸었더니, 드디어 낙원제가 나옵니다. 아이들은 마지막 걸음을 재촉하고 도착했다는 기쁨에 환호성을 지릅니다. ‘봄똥’이라는 이름의 개 한 마리가 아이들을 반깁니다. 봄똥이는 사냥개지만, 사람한테는 지극히 온순합니다. 허기진 아이들을 위해 맛있는 점심이 준비되었습니다. 땀 흘린 뒤에 먹는 것이라 너무 맛있는지 아이들은 준비된 음식을 뚝딱 해치웁니다. 밥 먹는 와중에도 아이들은 왁자지껄 합니다. 조용히 책을 보며 먹는 아이, 친구들과 수다 떨며 먹는 아이 각양각색입니다. 이번 캠프는 아이들에게 잊고 지냈던 야생의 삶을 되돌려주자는 취지 아래 계획되었습니다. 아이들은 3일 동안 휴대폰과 작별을 하게 됩니다. 휴대폰을 맡기라는 말을 하자, 어떤 아이들은 기꺼이 냈지만 어떤 아이들은 반발을 하였으나, 취지를 설명하고 타이르자 끝내 규칙을 따랐습니다. 핸드폰 없이 사는 생활은 아이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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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먹고 쌉니다(?). 첫날, 첫 시간, 아이들이 직접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거처인 <화장실>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이름 하여 생태 화장실. 김다소미 선생님의 지도로 ‘낙원팀’과 ‘왕방팀’, 두 개로 나뉘어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시작했습니다. 한 팀은 화장실의 터를 파고 그 안에 통을 묻는 작업을 했고, 다른 한 팀은 화장실 주변에 쌓을 벽의 흙을 채워 넣는 일을 했습니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작업에 큰 흥미를 보였습니다. 어떤 아이가 변기 위에 앉아 똥 싸는 시늉을 하자 주변 아이들이 엄청 웃었습니다. 3시간 넘게 집중하여 작업을 하였고, 어느 정도 화장실의 골격이 완성되었습니다. 이제는 거의 사라진 재래식 화장실을 복원해 봄으로써 아이들은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빚어낸 땀의 결실이었습니다. 그날 밤, 우리는 캠프파이어를 위해 낙원제 앞마당에 모였습니다. 모닥불에 불이 붙었고, 바짝 마른 오동나무는 활활 타올랐습니다. 불 주위로 둥그렇게 서서 자기소개와 각오 등을 이야기했습니다. 고구마를 가져와 꺼져가는 모닥불 밑에 집어넣고, 익기를 기다렸습니다. 아이들은 모닥불 주위를 쉬이 떠나지 못했고, 뜨거운 첫날밤이 그렇게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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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산행을 위해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났습니다. 일어나 전대성 촌장님의 지도로 아침 명상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잠시나마 고요와 침잠의 시간으로 빠져듭니다. 이 시간 자기 자신을 완전히 잊어버리라는 촌장님의 목소리가 지금도 선명합니다. 이날 산행은 숙소에서 시작하여 <상이암>까지 경유하여 돌아오는 코스였습니다. 생각보다 멀고 힘든 코스였습니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뤄 앞서거니 뒷서거니 했습니다. 이번 산행은 야생동물들의 흔적을 관찰하는 것이 주된 목표였습니다. 애벌레 선생님(하정옥)은 아이들에게 발자국과 배설물만으로 이것이 어떤 야생동물의 것인지 설명해 주었고,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하나하나 관찰했습니다. 상이암까지 힘들게 올라 우리는 준비해간 주먹밥을 맛있게 먹고, 다시 하산하여 숙소에 돌아오니 다섯 시가 넘었습니다. 하루 종일 고생한 아이들을 위해 저녁 메뉴로 고기반찬이 나왔습니다. 아이들은 순식간에 그 많은 고기들을 해치웠습니다. 땀 흘리고 먹는 밥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힘들게 다녀왔는데도 아이들은 여전히 쌩쌩하기만 합니다. 밤에는 아이들이 모두 한 방에 모여 오늘 산행한 야생동물들에 대한 뒷이야기와 우리를 둘러싼 호남정맥에 대한 역사 등을 공부했습니다. 일부 피곤해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질문도 활발하게 오갔습니다. 애벌레 선생님과 한승우 사무국장님이 번갈아 가면서 강사 역할을 맡았습니다. 낮에는 땀 흘리고, 밤에는 공부하는 이른바 ‘주경야독’을 팔공산 깊은 산자락에서 체험한 하루였습니다.

마지막 날, 어김없이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두 번째라 그런지 어제보다 좀 더 집중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명상 몇 번만으로 그 깊은 맛을 체험할 순 없습니다만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오늘 이 자신과의 낯선 마주침을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 프로그램은, 눈썰매를 타는 것이었으나 주변 여건이 안 돼 오랜 시간 타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눈싸움을 하고, 그 와중에 작은 추억들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작별의 시간이 왔습니다. 2박3일은 길고도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어떤 아이는 다른 아이와 작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다음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웃고 뛰고 장난치고 놀았습니다. 야생에서 아이들은 맘껏 소리쳤습니다. 맑은 밤하늘에 별이 가득했습니다. 이번 캠프가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지 궁금합니다. 중학교에 진학하는 아이, 6학년이 되는 아이, 고등학생이 되는 아이, 이제 막 3학년이 되는 아이. 서울에서 온 아이. 시골에서 온 아이. 남자 아이. 여자 아이. 가정환경도 다르고 사는 곳도 각자 다 달랐지만, 아이들은 하나같이 해맑게 웃었습니다. 규칙도 잘 따라주었고, 큰 사고도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지금처럼 밝게 잘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환경 보호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임을 믿고, 진짜 나를 알고 채워가는 인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산 전 낙원제 앞마당에서 마지막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파란 하늘 아래, 아이와 우리가 있습니다.    

# 수고해주신 분들
– 식사 담당: 김동준 회원님
– 야생동물 교육: 애벌레 선생님(본명 하정옥)              
– 생태화장실 제작 시범: 김다소미 선생님
– 명상 지도: 전대성 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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