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과 마을] 슬로푸드 슬로시티 ‘장흥’

2010년 8월 10일 | 회원소모임

[호남정맥과 마을] 슬로푸드 슬로시티 ‘장흥’  

2010년 07월 30일 (금)  새전북신문

  
호남정맥 곰재에서 피재까지 산행하기 위해 곰재 등산로입구에 서면 장흥군에서 만들어 놓은 안내판 2개를 만날 수 있다. 하나는 호남정맥을 안내하는 안내판이요, 또 하나는 장흥군 유치면과 장평면의 슬로시티를 굽어보며 산행할 수 있다는 슬로시티 안내판이다. 호남정맥을 안내하는 안내판은 2005년에도 세워져 있었으니 장흥군이 꽤 오래전부터 호남정맥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슬로시티를 홍보하는 안내판까지 세워져 있어 장흥군에 대해 남다른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정남진, 남쪽 해안까지 호남정맥이 이어지리라고는 필자도 직접 오기전까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호남정맥은 전라도의 중심을 가로질러 마침내 최남단 해안지방까지 오고야 말았다. 그 호남정맥을 따라 담양군 창평면에 이어 두 번째 슬로시티를 만난다. 슬로시티는 2007년 12월 아시아에서 최초로 신안군 증도, 완도군 청산도, 담양군 창평면, 장흥군 유치·장평면 4개 지역이 우리나라에서 선정되었다.

슬로시티는 1999년 이탈리아에서 처음 패스트푸드에 반대해 시작한 운동으로, 이탈리아어로는 치따슬로라고 한다. 이를 직역하면 ‘느리게 사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생태적인 삶과 전통문화를 존중하며, 느리게 사는 인간적인 삶을 추구하는 운동이다. 슬로시티에 지정되기 위해서는 인구도 적어야하고, 패스트푸드와 유전자조작식품을 배격해야 하며, 전통적인 음식문화와 문화유산을 계승하고 지켜야한다.

장흥군 유치면 18개리 33개 마을과 장평면 우산리 6개의 마을이 슬로시티로 선정되어 우리나라에서 단일면적으로 가장 넓게 슬로시티로 지정되었다. 특히, 장흥군은 건강한 자연환경과 유기농업을 기반으로 슬로시티에 선정될 수 있었다. 장흥군 유치면은 동쪽으로 호남정맥이 북쪽과 서쪽으로는 호남정맥의 삼계봉에서 분기한 땅끝기맥이 둘러싸고 있으며, 장평면 우산리는 동쪽으로 호남정맥의 봉미산, 북쪽으로 국사봉, 서쪽으로 가지산에 둘러싸고 있어 천혜의 자연조건을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건강한 자연환경에서 유치면 일대 소나무림에 전국최대의 표고버섯을 노지재배하고 있으며, 유치면 신덕마을의 경우 100여 가구가 유기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유치면 반월마을에서는 표고버섯의 폐목을 이용하여 장수풍뎅이를 생산하는 자연순환을 실천하고 있다. 가지산아래 봉덕마을에서는 ‘가지산 전통마을’이라는 영농법인이 전통방식으로 청국장을 생산하고 있으며, 장평면 우산리 일대는 지렁이농부학교를 운영하며 지렁이농장에서 생산된 분변토를 이용하여 지렁이 농법을 실천하고 있다.

장흥군 유치면과 장평면 우산리의 경우 오래된 한옥마을이나 잘 정리된 돌담길, 상업적인 냄새가 나는 관광지가 아니다. 다만, 호남정맥과 탐진강 등 꾸미지 않은 건강한 자연과 지렁이분변토를 활용한 자연순환농법, 전통방식의 음식문화가 어우러진 건강한 농촌, 진정한 슬로시티를 형성하고 있다. 장흥은 그야말로 한국을 대표하는 유기농업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장흥을 실사한 세계슬로시티 관계자가 장흥의 유기농업을 높게 평가하며 “한국의 진정한 그리고 정직한 먹거리, 즉 한국의 대표적 슬로푸드를 제공하는 슬로시티가 되길 바란다” 실사평을 내놓았다고 한다

장흥군 유치면은 불과 60여 년 전만해도 좌우 이념의 대립속에 빨치산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던 전라남도 인민유격대 ‘유치지구’의 중심이었던 지역이다. 그만큼 첩첩산중의 오지였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러한 산세와 자연환경, 즉 호남정맥이 장흥군 유치면과 장평면이 오늘날 자연순환농법을 발전시킬 수 있는 조건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지난번에 맛보았던 장흥삼합- 표고버섯과 키조개, 장흥한우-이 억지로 만들어진 게 아니었음을 새삼스럽게 되새긴다. 호남정맥과 함께,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길게 흥겨운 장흥이 있다.

/한승우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