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과 역사] 화순탄광

2010년 7월 13일 | 회원소모임

[호남정맥과 역사] 화순탄광

[img|1960 hwasun.jpg|550|1960년대 화순탄광촌|0|1]
예전 초중등학교시절에 화순과 장성 등 전혀 생뚱맞은 지역에서 탄광이 운영된다는 사실을 사회와 지리시간에 배웠다. 강원도와 경상북도가 아닌 전라도 남쪽 끝에 탄광이 있다는 사실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호남정맥을 탐사하면서 마침내 화순에서 그 사실을 분명하게 확인한다. 현재도 탄광에서 석탄을 열심히 캐고 있다. 특히, 최근 고유가시대를 맞아 다시 석탄으로 만든 연탄이 서민들에게 애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화순은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20여개의 광산이 운영될 정도로 광산촌이었다. 하지만 석유시대의 도래와 외국의 값싼 유연탄이 들어오면서 우리나라 석탄은 경쟁력을 잃게 되었고, 정부의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으로 화순지역의 광산도 모두 폐광되어 현재는 석탄공사의 화순광업소 1개만이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연간 25만톤 정도의 무연탄이 생산되는데 70%가 화력발전소의 연료로 쓰여 지고 나머지 30%만 연탄으로 만들어 진다.

화순에서의 탄광의 역사는 19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4년 화순의 박현경에 의해 동면 복암리 일대의 석탄이 확인되고 이듬해인 1905년 우리나라 사람 최초로 석탄 광업권을 얻는다. 1908년 채탄하였으나 상업성이 떨어져 채탄을 중단했다가 1927년 일본지질학자의 조사결과 무연탄과 토상 흑연광상이 있음이 밝혀져 본격적인 채탄에 들어갔다. 화순의 석탄은 동국여지지와 대동지지에 ‘흑토점(黑土岾)’이 현 동쪽 25리에 있다고 표기되어 있어, 과거로부터 겉으로 드러난 토지에 석탄이 노출되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석탄생산이 정점에 달한 1980년대 중반 화순은 ‘지나가는 동네 개들도 돼지고기를 끼니때마다 먹을 정도’로 돈과 사람들로 넘쳐 났다고 한다. 호남정맥의 천운산 아래에 위치한 천운마을에는 탄광촌이 형성되어 복지문화관, 극장, 석공연립주택, 광업소부속병원까지 문을 열었고, 선술집, 이발소, 식당 등 위락시설 30여 곳이 잇따라 문을 열만큼 그야말로 호황을 누렸다. 속칭 ‘색시집’이 2곳이나 운영될 만큼 화순탄광 주변은 활기를 띄었다고 한다.

탄광노동자가 밀집됐던 화순지역은 막장인생만큼이나 현대사속에서 험난한 역사의 질곡도 함께 겪었다. 1945년 해방 직후 화순탄광 노동자들은 ‘노동자 자주관리’로 광산을 운영했으나, 미군정은 12월6일 군정법령 33호 포고를 통해 일제가 남긴 국·공유 재산뿐 아니라 사유재산까지 접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반발한 노동자들이 1946년 8월 15일 해방1주년을 맞아 광주에서 개최된 기념식에 참석하고 ‘완전한 독립’과 ‘더 많은 쌀 배급’을 요구하며 행진하다가 광주에서 화순으로 넘어오는 너릿재에서 미군정에 의한 무력으로 30여 명이 학살되고 500여 명이 부상당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탄광노동자들은 10월 30일 재차 파업에 들어갔으나 미군정의 진압으로 실패하였으며, 이때 일부는 산으로 들어가 빨치산 활동을 시작했다. 화순지역 탄광노동자들은 6·25발발이후에도 전남지역 빨치산의 주요한 동력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화순의 탄광노동자들은 1980년 5·18 당시에도 공수부대의 광주시민 살상에 맞서 광산의 다이너마이트와 화순지서의 무기고를 털어 광주의 시민군에게 전달하였다. 이에 한 때 공수부대원들이 전남도청에서 퇴각하는 등 광주민중항쟁의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화순지역은 호남정맥이 지나가는 지역으로 호남정맥을 중심으로 석탄광산이 발달해 있다. 우리나라 산경도가 지형도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질을 정확히 반영하지는 못하지만 호남정맥을 중심으로 화순에서 석탄광산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은 지형뿐만이 아니라 지질적인 측면에서도 산경도가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화순은 석탄산업의 쇠락 후 지역의 분위기가 많이 침체되었고, 탄광촌의 분위기도 스산하다. 한편, 폐광이후 폐광지역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중금속으로 하천과 토양이 오염되어 물고기가 살지를 못하는 등 오염방지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과거에 탄광개발이 활발했던 대표적인 지역들이 석탄박물관을 설치하여 체험관광명소를 만드는 등 역발상으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화순에는 석탄박물관이 없을 뿐만이 아니라 탄광과 관련된 종합적인 자료와 역사조차 정리되어 있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 화순이 강원도지역보다 오히려 탄광지역으로서의 특이성을 사람들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데 이를 놓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한승우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