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마을이야기] 복흥 복분자

2010년 3월 4일 | 회원소모임

[호남정맥 마을이야기] 복흥 복분자  

/ 2010년 02월 19일  새전북신문

곡두재를 출발해서 밀재까지의 호남정맥 산행을 마치고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곡두재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탐사단은 복흥 개인택시를 불렀다. 지난해 답사할 때도 보았던 기사아저씨는 개인택시뿐만이 아니라 복분자농사도 직접 지으시는 분이다. 돌아오는 길에 기사아저씨 집에 들러 아내를 생각해 복분자술을 한 병 샀다. 기사아저씨는 복분자 가격이 작년보다 못하고 점점 내려가는 추세라고 한다. 이유는 복분자를 많이 심은 것도 있고, 요즘 경기가 안 좋아 복분자를 찾는 수요가 줄어서 그렇단다.

이야기를 꺼낸 김에 복흥(福興)이라는 마을 이름이 복과 즐거움이 있다는 뜻인데 “살아보니 어떠시냐?”고 물었더니 기사 아저씨는 “옛날에는 힘만 들고 돈도 못 벌었는데 요즘에는 돈을 조금 번다”고 이름대로 가는 것 같다고 만족해하시는 표정이다. 그러시면서 6월에는 복분자 따고 7월에는 오디 따고, 9월에는 오미자 따고 등등 연중 바쁘단다. 이처럼 오지 순창 복흥면이 바빠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순창 복흥면은 북으로 정읍과 경계를 이루고, 서쪽으로는 전남 장성, 남쪽으로는 전남 담양, 동으로는 순창 쌍치면과 경계를 이룬다. 특히, 정읍과 장성 등 주변지역으로부터 200여 미터를 올라와야 하는 약 300m 이상의 고원분지이다. 이처럼 순창 복흥지역이 지형상 산간분지를 이루는 이유는 호남정맥의 명산 내장산(763)과 백암산(741), 추월산(731) 등이 서쪽을 둘러싸고 추령봉(573). 백방산(650) 등이 동쪽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형적인 요인으로 순창 복흥은 주변의 정읍이나 장성 등지와는 온도가 3∼4도나 낮고 일교차도 커서 복분자와 오미자 등 열매의 당도가 높다는 것이다.

옛날 순창 복흥과 경계를 이루는 전남 장성지역에서는 말 안 듣는 딸들에게 “말 안 들으면 복흥으로 시집보낸다”고 엄포를 놓을 정도로 복흥은 산간오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내장산과 호남정맥으로부터 발원하는 추령천의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 선선한 기후 등 남다른 환경조건을 살려 복분자, 오미자, 오디, 인삼 등으로 농작물을 특화하여 남부럽지 않은 농촌으로 발전하고 있다. 복흥이 바빠진 이유이다.

복흥지역의 복분자 재배면적은 140ha정도이며, 생산량의 약 50%는 보해양조 등 대기업 주류회사에서 수매해간다. 복분자 재배면적은 복흥의 옆 동네 쌍치면이 350ha로 전국의 면단위 행정구역으로 최대면적을 재배하고 있으며, 약 30%를 보해양조에서 수매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쌍치면 역시 북으로 호남정맥의 고당산(641)과 남으로 호남정맥의 용추봉(583)과 용추봉에서 이어지는 여분산(774), 회문산(837)으로 둘러싸여 있어 복흥면과 동일한 기후환경 조건을 가지고 있다.

순창군 복흥면과 쌍치면은 정읍, 장성, 담양 등 주변 평야지대와 비교해 산간오지로 과거로부터 남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다. 6·25때는 산으로 숨어든 빨치산의 주요 근거지가 됐으며, 이로 인해 무고한 양민들까지 군군에 의해 학살당하는 피해를 받았다. 또한, 동학혁명의 전봉준 장군이 일본군과 관군을 피해 몰래 숨어들었다 피체된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굴곡 많은 삶을 살았던 눈 많고 추운 산동네, 복흥 쌍치 농민들이 호남정맥의 기운을 받아 다시 재기하고 있다.

/전북녹색연합 한승우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