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성명서] 참사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생명을 지키겠습니다.

2025년 12월 29일 | 메인-공지, 보도자료

12.29 제주항공-무안공항 여객기 참사가 일어난지 1년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날의 충격이 생생합니다. 예전부터 참사의 가능성에 경종을 울려왔던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사람들은 지금도 죄책감을 느낍니다. 조류서식지에 건설된 공항은 조류충돌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끊임없이 그 위험성을 경고해왔지만, 우리의 활동이 부족했기 때문에 끝내 참사를 막을 수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리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조금 더 널리 알리고 조금 더 열심히 활동했더라면, 소중한 179분의 인명과 뭇 가창오리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목덜미를 잡아끄는 것 같습니다.

희생자들의 죽음이 주는 무거운 교훈이 새만금신공항 취소 행정소송에도 영향을 주어, 취소판결의 판결문에도 무안공항의 참사 사례가 명명백백하게 언급되어 있습니다. 새만금신공항의 조류충돌 위험이 높게 나오자, 국토교통부는 네 번에 걸쳐 기준을 멋대로 바꾸는데 이 과정이 판결문에 적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새만금신공항의 조류충돌 위험도가 최대 19년에 한 번 치명적인 사고 발생으로 매우 높게 나오자, 기준을 또 바꿔 ‘무안공항이 새만금신공항과 조건이 비슷하니 무안공항 평가결과로 갈음하자’고 해버렸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국토부의 자승자박이 되고 말았습니다. 무안공항에 최대 1만2천년에 한 번 치명적인 조류충돌 사고가 발생할 것으로 나와, 이 수치로 새만금신공항 위험도를 대신하자고 했으나, 4년 뒤 무안공항에는 그 1만2천년에 한 번 발생한다던 치명적인 사고가 일어나버리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행정법원은 이 내용을 보도자료로도 정리하여 발표한 바 있습니다.

공항 건설 전 조류충돌 위험 파악을 위해 최소 1년 내내 조류 조사를 자세히 해야 하고, 조류 서식지는 처음부터 공항 입지로는 피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 가이드라인입니다. 또한 반경 8km 이내에는 조류보호구역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국내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무안공항 건설을 위해 국토교통부는 고작 9일 조류조사를 했으며, 개체수조차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반경 1km 이내에 습지보호구역인 무안갯벌이 있고 반경 8km 이내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신안갯벌이 있습니다. 역시 조류서식지인 해안과 저수지들이 무안공항과 이격 거리가 없이 아예 붙어 있습니다. 불법으로 사업을 진행하여 조류서식지 그 자체에 공항을 지은 것입니다. 환경부가 검토의견으로 철새 서식지 환경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지만, 끝내 철새 서식지가 항공기 운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검토는 없었습니다. 검토가 없었는데도 환경부는 사업 동의를 해주고 말았습니다. 무안공항의 조류충돌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라고 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불법적인 사업허가에 대해 국정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12.29 참사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여전히 또다른 예정된 참사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참사 규명도 되지 않았지만, 무안공항을 확장하여 재개항하겠다는 계획은 여전히 질주 중입니다. 공항 확장 역시 공항 신설에 준해 연중 조류조사를 해야 하고 조류서식지를 피해야 하지만, 2021년부터 진행된 무안공항 활주로 연장사업을 위한 조류조사는 총 6일 했으며 당연히 활주로 연장 부분도 조류서식지와 밀착되어 있습니다. 역시 불법적이고 타당성 없는 활주로 연장 사업부터 중단되고 재평가되어야 마땅하지만, 참사 이후에도 세금을 낭비하여 공사는 공사대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최근의 일인 무안공항 활주로 연장사업 허가 역시 국정조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생명과 안전은 보완과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이것이 179명의 소중한 인명이 주는 엄중한 경고입니다. 그러나 어처구니없게도 무안공항을 이름만 ‘김대중공항’으로 바꾸어 재개항하겠다는 뻔뻔한 시도가 정치권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무안공항 조류충돌 위험도의 650배인 새만금신공항, 350배인 가덕도신공항을 여전히 추진하려 합니다. 참사 1주기에 가덕도신공항 재입찰 공고를 내는 후안무치한 이들에게는 오직 정치논리만 있을뿐, 생명과 안전은 안중에 없습니다.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은 이름세탁, 진상은폐, 책임자 관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생명의 편에 서서 끝까지 진실을 밝히고, 희생자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희생자들의 명복과 유가족들의 평화를 빕니다.

2025년 12월 29일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