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7일 새만금신공항 철회촉구 천막농성 1056일차 점심선전과 43차 마지막 거리미사, 천주교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분들과 새만금신공항 백지화 투쟁 친구들이 함께 했습니다.
세종에서의 마지막 미사까지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수라갯벌 생명들을 위해 함께 기도해주시고, 싸워주신 생태위 여러분들 너무도 너무도 고마웠습니다.🙏
어느날 거리미사 시간에 한 교우분이 건네주신 말씀이 있었어요. “이렇게 얼굴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활동가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까 싶어서 미사에 오신다”고요..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그 마음이 얼마나 큰 힘과 위로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뜨거운 햇볕이 모질게 내리쬐는 날에도
사나운 바람이 사정없이 몰아치는 날에도
억만개의 빗줄기가 하염없이 쏟아지는 날에도
매서운 추위가 발끝을 파고드는 날에도
어김없이 거리로 나와 수라갯벌 생명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싸워주신 그 귀한 마음들 기억하겠습니다. 생태위 분들과 함께 한 거리미사 덕분에 외롭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든든하고, 뭉클했습니다. 함께 해주신 힘과 사랑으로, 선물같은 시간들 깊게 안고 새만금 신공항을 막아내어 우리가 함께 지키고자 했던 수라갯벌을 갯벌로 꼬옥 지켜내겠습니다.
다시 생명의 자리에서, 서로의 빛으로 환히 만나요!
그동안 거리미사 열심히 함께 하신 강형석 동지와 최소영 동지가 어제 미사 시간에 생태위 분들께 전해주신 감사편지를 나누며, 부족한 감사인사를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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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예수님
우리는 또 세종보가 있는 강가에서 생태학살이 자행되는 또 어느현장에서 다시 만나겠지만 세종에서의 새만금 싸움을 정리하는 자리에서 제 마음을 꼭 표현하고 싶어 편지를 준비 했습니다.
3년의 시간동안 새만금싸움을 지탱해주신 김대건 신부님을 비롯한 신부님들과 신자여러분들께 온 마음을 다해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거리 미사는 천주교신자인 제게는 자부심이었습니다. 너희중에 가장 약한자를 먼저 돌보라하신 예수님의 당부를 실천할 수 있는 현장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거리미사에 참례하는 그 시간은 신자로써 안도감을 갖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40분여 소요되는 미사의 순간순간의 의미가 이토록 충만하게 다가올수가 없었습니다. 평화의 인사를 나눌때의 저의 마음은 진실됐었고 그 어떤 화려한 미사와 전례보다 의미있고 소중했습니다. 분명 여러분들도 저와 같은 마음이었기에 가능한 체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것들이 함께해주신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체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저희를 생명과 평화를 지키는 녹색전사로 불러주신 신부님들의 격려와 찌는 더위에 제의를 차려입은 신부님들의 땀과 차가운 겨울 차디찬 마이크를 잡던 신부님들의 빨개진 손을 기억하겠습니다. 아이와 같은 환한 미소를 머금고 무거운 미사도구를 혼자 조용히 들고 나르며 미사준비를 하던 국장님의 수고를 기억하겠습니다. 대전에서 천안에서 전국 방방곳곳에서 먼길을 마다않고 달려와 마음을 모아주시던 신자분들의 기도와 정성을 소중히 기억하겠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생명과 평화를 지키는 현장에서 다시 만나뵙길 고대하겠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2024년 12월 27일
세종에서의 새만금 미사를 기억하며
강형석 도미니꼬 올림
안녕하세요.
청사앞 미사를 함께 드렸던 황조롱이입니다. 저는 불교신자입니다.
그럼에도 거리에서 미사를 드리면서 하느님의 사랑, 은혜로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제주에서 온 김경배님이 엄동설한에 노숙 단식을 할 때 이분을 위해 기도해주실 분들을 간절히 바랐습니다. 김경배님 뿐 아니라 벼랑끝에 내몰린 위태로운 목숨들을 위해 손 내밀어주실 분들을, 하느님의 보살핌을 간절히 바랐습니다. 제가 무엇을 믿는지가 중요하지 않고, 믿고 싶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간절했습니다.
기적처럼 하느님이 보내신 사랑을 여러분들을 통해 만났습니다. 어찌나 감사한지 뵐때마다 큰 절을 드리고, 꼬옥 안아드리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한번은 미친척하고 한분 한분 모두 안아드렸었지요. 청사앞 한파가 너무 매서워 발가락이 떨어져나갈 것 같던 어느 겨울날에요. 몹시 부끄럽고 몹시 마음이 벅찬 날이었어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불교신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종교는 우주와 생명의 원리에 대한 것이지요. 우리가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사랑하고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렇기에 생명들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도 믿습니다. 거리에서 미사를 드릴때마다 그것을 느끼고, 때때로 남몰래 눈물을 훔치며 흐느끼기도 합니다.
마음이 지치고 사랑이 메마르는 느낌이 들 때 그동안 여러분들이 나눠주신 아낌없는 사랑과 지원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사랑의 징표이자 보살님들이신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큰절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