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의 목소리” 전북시민 릴레이 낭독 4회

2021년 4월 30일 | 메인-공지, 활동, 활동소식

?”체르노빌의 목소리” 전북시민 릴레이 낭독 4회입니다.

4회에서는 체르노빌 핵사고 당시 곧바로 발전소에 투입되어 상상할 수 없는 피폭을 당하고 처참하게 죽어간 소방관의 아내가 이야기합니다. 이 편은 계속 눈물이 나서.. 심장이 미어집니다.

* 낭독 듣기 → https://youtu.be/eVrVHkPZxTs

많은 분들이 들으실 수 있도록 널리널리 공유 부탁드립니다._()_

[4회 밑줄 긋기]

– 그이 모습이 변해갔다. 매일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 같았다. 화상이 겉으로 드러났다. 화상을 입은 입안, 혀, 빰에 처음에는 작은 물집이 생기더니 계속 커졌다. 하얀 필름 같은 점막이 몇 겹씩 벗겨졌다. 얼굴과 몸이 파란색, 빨간색, 회갈색으로 변해갔다. 하지만 나는 그 몸까지도 너무나 사랑했다!

– 하루 20번, 30번씩 대소변을 받았다. 피와 점액이 뒤섞여 나왔다. 손발의 피부가 벗겨지기 시작했다. 온몸이 물집으로 뒤덮였다. 남편이 머리를 움직이면 베개에 머리카락이 한 줌씩 떨어지곤 했다. 하지만 그것도 내가 사랑하는 것이었다.”

– 나는, 나는 그가 죽는 생각만 안 할 수 있다면, 그리고 자신의 병이 끔찍하다는 생각, 내가 자신을 무서워한다는 생각만 막을 수 있다면, 뭐든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누군가 말했다. “잊지 마세요.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은 남편도, 사랑하는 사람도 아닌 전염도가 높은 방사성 물질이예요. 죽고 싶어요? 정신 차리세요.” 나는 미친 사람처럼 대답했다. “그를 사랑해요! 사랑한다고요!”

– 하지만 내 마음은, 내 사랑은 몸보다 훨씬 강했다.

– 작은 실밥 하나조차도 그에게 상처를 입혔다. 실수로 남편 피부를 긁기라고 할까 봐 나는 피가 날 정도로 손톱을 짧게 깎았다.

– 지나가던 간호사를 붙들고 물었다. “내 남편이 죽나요?” 그녀가 대답한다. “뭘 바란 거예요? 400뢴트겐이면 죽는 방사선을 1천 600뢴트겐이나 쏘였어요.”

– 발이 부어 신발을 신길 수 없었다. 발이 아니라 폭탄이었다. 정장도 몸에 안 맞아 조금 잘라냈다. 이미 온전한 몸이 아니었다. 피와 상처로 뒤덮였다. 병원에서의 마지막 이틀….. 그의 팔을 들어 올리면 뼈가 흔들리고 움직였다. 피부조직이 떨어져 나갔다. 폐와 간의 조각이 목구멍으로 타고 올라와 숨을 못 쉬었다. 손에 붕대를 감아 입속에 있는 것을 다 긁어냈다. 말로 할 수가 없다! 글로도 남길 수 없다! 견뎌낼 수도… 그의 모든 것을 사랑했다. 모든 것을…. 발에 맞는 신발이 한 켤레도 없었다. 맨발인 채로 그를 묻었다.

– “남편, 아들 시신은 방사선 수치가 매우 높기에 드릴 수 없습니다. 모스크바의 묘지에서 특별한 방법으로 매장할 것입니다. 말폐된 아연 관에 안치해 콘크리트로 덮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문서에 서명하셔야 합니다. 여러분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이에 반대하거나 시신을 고향으로 가져가려는 사람이 있으면 꼭 아셔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사망자들은 국가의 영웅이기에, 시신은 절대 가족의 것이 아닙니다.” 이제 국가의 사람이었다. 국가의 소유였다.

– 나는 그들은 지켜보며 행복은 이렇게 단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단순하다!

– 아기를 나에게 보여줬다. 여자아이였다. “나카센카!” 내가 불렀다. “아빠가 너를 나타샤라고 이름 지었.” 겉으로는 손도, 발도 건강해 보였다. 그런데 간 경화증에 걸린 아이였다. 간이 28뢴트겐에 노출된 상태였다. 그리고 선천성 심장병도… 4시간 후, 딸이 죽었다고 했다.

– 무덤에는 나타샤 이그나텐코의 이름이 없다. 남편 이름만 있다. 딸은 이름도, 무엇도 가진 것이 없었다. 영혼만이… 영혼을 그곳에 묻었다.

– 제과점에서 일했다. 케이크를 장식하는데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우는 게 아닌데, 눈물이 흘렀다. 동료들에게 한 가지만 부탁했다. “나를 불쌍하게 보지 마세요. 그러면 그만둘 거예요.” 나는 평범해지고 싶었다. 나를 불쌍해할 필요는 없다. 나도 행복하던 때가 있었다.

– 나는 이렇게 산다. 현실과 비현실에서 동시에 살아간다. 어디가 더 나은지는 모르겠다.

– 이제 와서 누가 그들을 원하겠는가? 계속 죽고, 갑자기 죽는다. 길가다가 쓰러지고, 잠들고는 깨어나지 않는다. 간호사에게 꽃을 가져가다 심장이 멎는다. 버스 정류장에 서 있다가… 그렇게 죽어가는데 우리가 무엇을 견뎌냈는지, 무엇을 보았는지, 아무도 제대로 물어보지 않는다. 죽음에 대한, 무서운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싫어한다. 하지만 나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가 한 사랑에 대해…

+류드밀라 이그나텐코(순국 소방대원 바실리 이그나텐코의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