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7주기 기념 탈핵전북연대 기자회견문

2018년 3월 10일 | 보도자료, 활동

문재인 정부는 기존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라!

고준위 핵폐기물 재공론화를 지역주민에 떠넘기지 말고

충분하고 공정한 국민적 합의를 통해 해결하라!

 

다가오는 3월 11일은 인류가 경험해 본 적 없는 역사상 가장 큰 핵재앙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지 7주기가 되는 날이다. 사고 이후 일본의 사망률과 사산율은 급격히 증가해오고 있으며, 각종 암과 뇌출혈 등의 발병률이 200%~400% 이상 증가하고 있다. 7년이 지난 지금도 녹아내린 핵연료가 지하 어느 정도까지 내려갔는지 조차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며,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7년 동안 끊임없이 퍼붓고 있는 물은 매일 300톤씩 배출되어 바다를 방사능 물질로 오염시키고 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일은 이러한 최악의 참사를 겪고도 일본은 다시 핵발전소를 가동하고 있으며, 바로 옆에서 지켜본 한국은 핵발전소 신규건설까지 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디까지 참혹해져야 이 어리석은 행동을 멈출 수 있을 것인가? 최근 빈번해지고 있는 한국 동해안 지진은 후쿠시마 사고보다 더 큰 핵재앙을 경고하고 있음을 하루 빨리 눈치 채야 할 것이다. 다음에 일어날 핵발전소 사고는 인류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핵발전소 사고에 더하여 핵발전을 반대해야 할 또 하나의 매우 중대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어쩌면 핵발전소 사고보다 더 위험하고, 치명적이며 무책임하다고 볼 수 있는 고준위 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 문제이다. 사용후핵연료는 몇 초라도 피폭되면 주변 생명체는 즉사하고, 또한 엄청난 고열을 내뿜고 있어 지속적으로 식혀주지 않으면 언제든 또 다른 대형참사로 이어질 위험을 안고 있다.

 

고준위 핵폐기물의 독성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수십 초에서 수억 년이다. 인간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억겁의 시간이다. 지구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도저히 알 수 없을 그 기나긴 시간 동안 안전하게 격리보관할 수 있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인류는 1950년대 처음 핵발전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고준위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해결할 수 없는 막대한 양의 고준위 핵폐기물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은 현세대뿐만 아니라 아무런 책임이 없는 미래세대와 지구의 모든 생명에게 날마다 끔찍한 죄를 짓고 있는 셈이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리석고, 반윤리적이며, 무책임하고, 놀라운 일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공개한 ‘2017년 2분기 사용후핵연료 저장 현황’에 따르면 핵발전소 임시저장시설 포화율은 85%에 달한다. 현재 핵발전소 내 임시저장시설은 2019년(월성)부터 2024년(영광, 고리), 2037년(울진), 2038년(신월성)까지 차례로 포화될 예정이다. 표면적으로는 이러한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위해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핵발전을 옹호하는 이들 중심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하였다. 그러나 위원 15명 중 6명이 사퇴하였으며 공론화 기간 동안 돈과 상품권 등으로 학생·주민을 동원해 토론회 횟수와 숫자를 채우는 등 졸속으로 운영되었다.

 

이렇게 2013년 10월부터 2015년 6월까지 파행적으로 운영되며 결국 100억 원의 혈세와 시간만을 낭비한 채 끝난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문’을 토대로 만들어진 정부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2016.5) 역시 핵발전소 지역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용역들과 무선 마이크를 동원한 날치기 공청회를 거쳐(2016.6)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심의·확정되고 말았다(2016.7). 이 계획을 토대로 박근혜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2016.11)에서 정부입법으로 발의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절차 및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현재 국회 해당 상임위에 계류 중에 있으며 일부 야당과 의원들로부터 심의를 종용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과 관련 법안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고준위 핵폐기물의 영구처분시설부지 확정 전까지 기존 핵발전소 부지 내에 임시저장시설을 일방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시’라고는 하지만 고준위 중간·최종 처분장을 선정하지 못하거나, 선정했더라도 해당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계획대로 되지 못한다면 임시저장시설은 영구처분시설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즉 핵발전소 모든 지역에 고준위 핵폐기장이 들어서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핵발전소 지역주민들에게 또 다른 희생을 강요하는 가혹한 폭력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공론화를 통해 사용후핵연료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바 있으며, 올해 지방 선거 이후 사용후핵연료 재공론화를 실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산자부의 재공론화 초초안에 따르면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재수립과 별개로 기존 핵발전소 소재지별로 지역위원회를 구성해 임시저장시설 건설여부를 공론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비추고 있다.

 

여태까지 한국 정부는 핵발전소의 운영과 핵폐기물 처분의 문제를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일부 핵발전소 소재 지역의 사안으로 국한시키며, 경제적 보상을 빌미로 해당 지역이 어쩔 수 없이 떠안도록 강요해왔다. 이것은 명백한 지역차별이자 인권침해이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핵발전소 지역희생의 구조를 외면한 채 고준위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 문제를 지역민의 일로 떠넘겨버린다면 경제적인 보상을 기대하는 주민들과 환경과 안전을 우려하는 주민들 간의 심각한 분쟁으로 한국사회에 다시 한 번 커다란 상처와 희생을 남길 것이다.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는 결코 경주, 영광, 기장, 울주, 울진 일부 핵발전소 소재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라남도 영광의 한빛원전만 하더라도 경계인 전라북도 고창과 불과 1.5km 이내의 거리에 인접해 있다. 한빛원전의 경우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수조가 2024년 포화된다. 임시저장시설이 영광에 건설되면 영광과 고창은 실상 고준위 핵폐기장에 다름 아니게 된다. 더군다나 사고시에 바람의 방향에 따라 고창을 포함한 전라북도 상당지역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핵발전소로부터 생산된 전기를 쓰고 있는 이 시대 모든 국민이 고준위 핵폐기물에 대한 책임과 의무의 당사자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에 핵발전 최대 현안인 고준위 핵폐기물의 문제를 핵발전소 지역의 문제만으로 떠넘기지 않고 충분한 국민적 합의를 통해 풀어나갈 수 있도록 제안된 전국단위의 연대 기구인 ‘고준위 핵폐기물 정책 대응 전국회의(준)(이하 고준위 전국회의)’가 지난 2월 27일 경주에서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정부의 고준위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선언했다.

 

현재 사용후핵연료 포화가 임박한 경주는 대용량 건식저장시설 ‘맥스터’ 추가 건설이 심각한 문제로 던져지고 있다. 경주는 2005년 중·저준위 방폐장을 유치했고,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지역의 유치지역에 대한 지원특별법’ 제18조에 ‘사용후핵연료의 관련 시설은 유치지역에 건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발전소 ‘관계’ 시설이란 이름으로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인 캐니스터 약 300기 이상과 대용량 임시저장시설인 맥스터 7기를 이미 건설·운영해왔다. 여기에 더해 한수원은 월성 핵발전소의 지속적인 가동을 위해 맥스터 7기 추가 건설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신청한 상태이다. 만일 이 맥스터 7기가 고준위 핵폐기물에 대한 충분하고, 공정한 사회적 합의와 계획 없이 추가 건설된다면 다른 핵발전소 지역에서도 ‘관계’시설이라는 이름 아래 영구처분장으로 둔갑할 수 있는 임시저장시설이 들어설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이에 탈핵전북연대는 ‘고준위 핵폐기물 정책대응 전국회의(준)와 뜻을 같이 하여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권고안에 기반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절차 및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법률안’ 모두 전면 백지화, 공정하고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통한 고준위 핵폐기물 기본계획의 재수립, 한빛원전을 비롯한 각 지역 핵발전소 임시저장시설 건설 반대를 강력히 요구한다.

 

2018년 3월 9일

 

탈핵에너지전환전북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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