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과 생태] 광양 백운산

2010년 12월 3일 | 회원소모임

[호남정맥의 생태]백운산 국립공원 지정 의미 충분

[imgcenter|IMG_4310.JPG|600|간간히 구상나무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백운산 상봉|0|1]
525km 호남정맥 산줄기의 마지막 큰 산이 바로 백운산이다. 백운산은 전남 광양시 옥룡면과 진상면, 다압면의 경계에 위치하는 해발 1,218m의 산이며, 호남정맥에서는 장안산(1237m)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은 산이다. 산경표에는 호남정맥의 맨 끝자락으로 백운산이 표기되어 있다. 현재 호남정맥의 끝자락으로 일컫는 망덕산은 산경표에는 표기되지 않은 것으로 최근에 만들어진 신 산경표라 할 수 있다.

원래 산경표에서 정맥은 큰 강을 나누는 산줄기이다. 따라서 그 종착지는 강 하구에서 끝나기 마련이며, 호남정맥도 줄곧 산줄기의 동쪽에 위치한 섬진강의 하구에서 마치게 된다. 따라서 산경표에서는 마지막 산을 망덕산이 아닌 백운산으로 표기했지만 이는 망덕산을 백운산 자락의 일부로 인식하였거나, 당시에는 백운산을 제외하고 나머지 봉들이 이렇다할 이름을 갖지 못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백운산은 전라도의 최남단 동쪽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지리산과 맞닿아 있다. 따라서 지리산과 함께 한반도 남부지역 산림축과 생태계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백운산에는 멸종위기종인 광릉요강꽃을 비롯해 히어리와 나도승마 등 1,000여종의 식물이 생육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백운쇠물푸레, 백운란, 백운기름나물, 백운풀, 백운배 등은 백운산 일대를 중심으로 자라는 특산종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 2010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백운산에는 멸종위기 식물인 광릉요강꽃을 비롯해 백운란, 세뿔투구꽃 등 멸종위기 식물을 비롯하여 980여종의 식물이 자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백운산에는 한라산과 우리나라 남부 고산지역 일부에서만 자라는 구상나무가 서식하고 있다. 구상나무는 기후변화에 취약한 종으로 우리나라 일부지역에서만 서식하고 있어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이 멸종위기 적색목록으로 지정할 만큼 귀중한 가치가 있는 식물이다.

이와 같이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숲이 원시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전라남도에서는 백운산의 상봉과 어치계곡일대 9.74㎢를 1994년 4월 백운산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또한, 백운산내 중심지역 162㎢를 서울대에서 학술림으로 사용하고 있어 백운산 전체의 생태계가 비교적 잘 보전·관리되고 있다. 서울대 학술림은 일제시대인 1912년부터 도쿄대 학술림으로 사용하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최근 광양시의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백운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생태적 가치를 따지면 국립공원으로서의 지정관리할 명분이 충분하다. 그러나, 주변지역 토지주들을 중심으로 국립공원화에 반대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도 소극적인 입장이라 실현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호남정맥의 끝자락 백운산은 우리나라 지리체계상 의미가 있는 큰 산이며, 한국전쟁시기에는 지리산과 더불어 빨치산의 활동이 가장 격렬했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도 산자락을 따라 다랭이 논과 밭을 일구며 자라는 주민들이 있다. 독특한 생태와 역사, 문화를 연계하여 지역주민과 함께 백운산에 대한 새로운 관리방안의 모색이 필요해 보인다. 공업도시로 인식되고 있는 광양을 좀 더 생태도시로 부각시키는데 필요한 전략이다.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