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과 마을] 생태수도 순천 그리고 순천만

2010년 11월 1일 | 회원소모임

[호남정맥과 마을] 생태수도 순천 그리고 순천만

2010년 10월 29일 (금) 새전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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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가서 인물자랑하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뜻과 유래에 대해서 명확히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순천과 관련된 말로 ‘지불여순천(地不如順天)’이라 하여 “지역이 넓기는 순천만한 곳이 없다 또는 지주가 많기는 순천만한 곳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순천이 여수까지 관할했던 조선시대 당시 행정구역이 매우 넓었음을 나타내기도 하고, 지주들이 많아 돈이 많고 사치하는 사람이 많은 고을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많은 지주가 비단옷을 입고 멋을 부리며 사치를 하니 인물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다른 한편 지주와 부자가 많다는 것은 소작농이 가난하게 산다는 것과 동전의 양면이기 때문에 꼭 부러워할 만한 일은 아니다. 또한 인물자랑하지 말라는 말은 교육도시 순천과 연관이 되어있다고 한다. 순천은 교통의 요충지이자 전남 동부지역의 중심지인 만큼 순천중학교와 고등학교, 순천여고 등으로 주변 여수와 광양, 구례와 곡성, 보성과 벌교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들었다. 순천에서 학교를 나온 학생들이 명문대학에 많이 입학했다는 것이다.

순천은 여·순반란사건이라는 현대사의 아픈 역사를 갖고 있기도 하다. 이 사건은 1948년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며 4·3민중항쟁을 일으킨 제주도민의 진압을 명령받은 여수와 순천 14연대 병력이 10월 19일 반란을 일으키며 발생된 사건이다. 1948년 당시 대한민국은 경찰의 경우 대부분 일제시대에 순경을 했던 사람들이 다시 경찰의 지도부를 형성하고, 반면 국군은 농민과 소작인 출신과 자녀들이 많이 입대하였으며, 현재처럼 군내의 사상통제가 심하지 않았던 시기라 좌익청년들이 많이 입대하여 활동했다. 따라서 일제시대부터 순경으로부터 많은 피해를 받은 농민과 소작인출신의 군인과 경찰의 관계가 우호적이지 못했다. 여순반란사건은 해결되지 못한 친일반민족자청산문제, 지주와 소작농사이의 토지개혁문제, 남북분단의 문제 등 당시의 사회모순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역사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순천은 전남동부지역의 중심도시이다. 조선시대에는 남원과 더불어 전라좌도의 2대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순천이 이처럼 전남동부의 중심도시가 된 것은 지리적인 여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순천은 전라선 철도와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경전선이 교차하는 곳이다. 도로도 호남고속도로와 남해고속도로가 연결되는 지역이고, 17번 국도와 2번국도가 교차한다. 즉, 순천은 전남동부지역의 교통요충지이다.

현재 인구 27만여명의 순천은 우리나라의 남단의 중소도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순천은 ‘생태수도 순천’을 표방하고 있다. 순천에 바로 순천만이 있기 때문이다. 순천만은 지난 2003년 12월에 해양수산부로부터 습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으며, 2006. 1월에는 연안습지로는 전국 최초로 람사르협약에 등록되었다. 순천만이 이처럼 람사르습지에 첫 번째로 등록될 수 있었던 것은 해안과 하구의 자연생태계가 원형에 가깝게 보전되어 있고, 이곳에 두루미와 황새, 노랑부리저어새 등 11종의 국제 희귀조류와 200여종의 조류가 찾아 생물학적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또한, 더욱 중요한 것은 당시 지자체장과 자치단체의 자연생태의 중요성 인식과 생태관광자원화에 대한 앞선 인식 때문이다. 이처럼 천혜의 자연환경과 지방정부의 노력이 맞물려 오늘날의 순천만을 있게 한 것이다.

순천만은 한 해에 300여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고 경제효과는 연간 1,000억원이 넘는다. 내국인뿐만이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도 연간 6만여명이 찾아 국제적인 생태관광도시로 자리를 잡았다. 순천만은 호남정맥의 미사치에서 발원하는 동천과 유치산에서 발원하는 이사천이 만나 남해바다로 흘러들며 생성된 갯벌이다. 즉, 호남정맥과 하천, 바다가 만나 만들어진 생태공간이 순천만이다. 순천만과 순천은 무조건적인 개발이 아니라 산과 강, 바다와 갯벌을 보전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과 경제가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대사의 아픔을 간직하고 새롭게 도약하는 순천(順天), ‘하늘이치를 따른다’는 그 지명의 뜻을 순천만을 통해 다시 생각해 본다.

/한승우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