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과 기후] 해양성기후와 내륙성기후를 나누는 경계선

2010년 7월 28일 | 회원소모임

[호남정맥과 기후] 해양성기후와 내륙성기후를 나누는 경계선

[imgleft|sankyungmap.jpg|300|산경도|0|1]한여름이 다가올수록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습도마저 높아 짜증이 늘어간다. 그런데, 손바닥만 한 우리나라도 지역에 따라 기후가 조금씩 다르다. 대표적으로 중부지방을 경계로 북부를 냉대기후라 규정하고 남부를 온대기후라 한다. 또한, 바닷가의 해안지역과 내륙지역을 구분하여 해안성기후와 내륙성기후라고 구분한다. 호남정맥 산행 중에 산위에서 느끼는 기온과 도시에서의 느끼는 기온은 완전히 다르다.

크게 보아 호남정맥이 위치해 있는 전라도 지역은 온대성기후지역에 해당한다. 그런데, 고등학교 등 학창시절에 배운 지식에 따르면 호남지역도 서쪽의 해안지역과 남쪽의 해안지역을 해양성기후로 분류하고, 안쪽의 내륙지역을 내륙성기후로 분류한다. 그런데, 해양성기후와 내륙성기후의 정확한 경계는 어디일까?

대학교 지리책(한국의 기후-이영택)에는 서해안 쪽의 해양성기후와 내륙성기후의 경계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전라남북도의 호남평야와 나주평야지역은 겨울철에 북서계절풍에 개방된 지역으로 황해의 한랭한 습기를 받는다. 북쪽의 중부와 해안기후를 나누는 경계는 차령산맥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으나, 동쪽경계는 평야지대와 산간지대의 점이지대가 되는 대략 전주와 광주를 연결하는 선과 일치한다” 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전주와 광주를 잇는 평야지대와 산간지역의 점이지대’는 무엇이던가? 바로 이선은 대체로 호남정맥의 산줄기와 일치한다. 전주인근의 만덕산, 경각산, 내장산과 광주인근의 무등산 그리고 남쪽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바로 호남정맥이 아니던가? 아마도 일제시대에 우리의 산줄기 개념이 왜곡되지 않았다면 전라도 서해안지역의 해양성기후와 내륙성기후를 나누는 경계를 아마 이렇게 설명했을 것이다. “ 남부 서해안지역의 해양성기후와 내륙성기후를 구분하는 경계는 호남정맥이다” 참으로 간단하고 정확하다.

실제 호남정맥을 경계로 서쪽 해안지역의 부안기후와 동쪽의 남원기후를 비교하면 지난 30년간 남원지역의 경우 연평균기온이 12.2도, 평균최고기온이 19도, 평균최저기온이 6.5, 평균 습도는 74%를 기록했다. 한편 부안의 연평균기온은 12.3도, 평균최고기온은 17.7도, 평균최저기온은 7.6도, 평균습도는 77.1%였다. 결과적으로 연평균 기온은 0.1도 차이에 불과해 거의 같았으며, 평균최고기온이 남원이 약 1.3도 높은 반면 최저기온은 1.2도 낮았다. 습도는 3.1% 정도 부안이 높았다. 결론적으로 부안지역의 경우 연간 기온차가 상대적으로 작고, 습도가 높은 전형적인 해양성기후를 나타냈으며, 남원지역은 연간 기온차가 높고, 습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내륙성 기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만약, 현재의 산맥도에 따라 노령산맥을 기준으로 기후의 경계를 설명한다면 어떻게 했을까? 산맥도에 따른 노령산맥은 대략 소백산맥의 덕유산 부근에서 분기하여 남서방향으로 사선으로 이어져 전주와 광주의 사이를 가르고 영광부근에서 끝을 맺는다. 전주와 광주를 잇는 선과 전혀 일치하지 않으며, 오히려 광주와 전주를 잇는 선을 가로 지른다. 결국, 노령산맥으로는 기후를 설명할 수 없다. 또한, 남해안지역의 해양성기후와 내륙성기후를 나누는 경계도 알고 보면 남쪽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과 백두대간에서 이어지는 낙남정맥의 선과 거의 일치함을 알 수 있다.

한편, 온대성기후와 냉대성기후를 구분하는 경계를 또한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같은 책에서는 “온대와 냉대의 구분선은 금강산을 북쪽 끝으로 하는 태백산맥과 대략 태백산을 전향축으로 하는 소백산맥을 따라 남서쪽으로 내려오다가 충청북도를 북부와 남부로 나누는 한강수계와 금강수계의 분수령인 괴산 부근에서 북서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천안 부근에서 차령산맥을 따라 보령과 서천의 군계에서 끝나는 혀 모양의 선을 연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경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산경도로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온대와 냉대의 구분선은 백두대간의 금강산에서 시작하여 한남금북정맥, 금북정맥으로 이어지는 선이다” 참으로 간단하다. 우리나라 고유의 산경도는 우리나라의 지형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때문에 산경도는 높은 산과 산줄기로 구분되는 기후구분선과 많은 부분 일치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우리나라 고유의 산줄기체계인 산경도를 배웠다면 지리와 기후를 이해하는 것이 훨씬 쉬웠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도 조만간 자취를 감출지 모른다. 바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때문이다. 그동안 냉대와 온대로 나누던 우리나라 기후구분선이 이제 아열대와 온대로 바뀔 처지에 놓여있다. 그동안의 기후와 학문체계를 송두리째 뒤엎을 쓰나미이다.

/한승우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