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과 마을]슬로우시티, 담양

2010년 6월 3일 | 회원소모임

[호남정맥과 마을]슬로우시티, 담양

[img|SSA57974.JPG|600|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한 정원, 소쇄원|0|1]

담양(潭陽),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못 골’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명의 해석은 한자를 그대로 풀이한 것이며, 지명의 연혁으로 보면 현재의 해석과는 다르다. 향토사학자들에 따르면 삼국시대 백제 때에는 추자혜(秋子兮)라 불렀는데, 이는 ‘갓골’ 즉 가장자리 마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유래를 가진 고을이었지만 고려시대부터 계속 담양으로 불리게 되었다.

담양은 호남정맥의 추월산과 강천산, 설산, 만덕산, 무등산이 북쪽과 동쪽의 경계를 이루고, 서쪽으로는 호남정맥에서 이어지는 병풍산이 자리하여 내륙분지를 이룬다. 또한 호남정맥의 용추봉 아래 용소에서 발원한 영산강이 가막골과 담양호, 관방제림 등 담양을 거쳐 광주로 흘러간다. 지형적으로 담양은 내륙의 분지이면서 영산강을 따라 평야지대를 이루고 있고, 호남정맥을 중심으로 전라남도의 내륙산지를 형성하고 있다. 옛날, 나주 등 전라남도의 중심지역에서 볼 때 담양이 변두리, 갓골이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담양의 특산물로는 오랜 옛날부터 대나무와 죽세공품을 꼽는다. 특별히 담양 죽세공품은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으로까지 수출을 할 정도다. 죽세공품이 담양에서 유명해진 과정은 알기 힘드나, 예로부터 대나무가 많이 난데서 연유하지 않을까 싶다. 대나무는 주로 남부지방에서 많이 나며 중부이북에서는 나지 않는다. 특히, 담양의 경우 아주 높지 않은 500-600m의 호남정맥 중봉들로 둘러싸여 있고 평야지대와 연결되어 있어 대나무가 많이 자라기에 안성맞춤인 환경을 가지고 있다. 담양에서는 매년 담양대나무 축제를 열고 있다.

대나무와 더불어 담양을 대표하는 명소가 관방제림과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최근에 지정된 담양군 창평면의 슬로시티이다. 관방제림은 조선시대 홍수를 막기 담양읍의 북쪽 영산강변에 약 2km에 걸쳐 제방을 쌓고 나무를 심어서 만든 것이다. 푸조나무와 팽나무 등 200∼300년 된 나무들이 줄지어 있으며, 1991년 천연기념물 366호로 지정할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관방제림의 아름다운 하천의 모습은 홍수를 예방하면서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쳐주고 있다.

또한 담양은 최근 들어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로 유명해졌고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가로수를 메타세콰이어 나무로 조성하여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은 2002년 산림청과 생명의숲가꾸기운동본부가 주최하는 우리나라 아름다운 숲에서 대상을 받았다. 국도 24번과 15번 도로를 중심으로 약 8.5km의 가로수가 조성되어 있으며, 1970년대 초반에 식재한 나무들이다. 한때 도로 확장을 이유로 훼손될 위기도 있었으나 주민들의 노력으로 보호되었으며, 현재는 담양 관광의 주요 테마가 되고 있다.

담양을 또다시 세간의 관심으로 이끈 것이 바로 슬로시티(Slow city)이다. 슬로시티는 패스트푸드에 대항하여 슬로푸드 운동을 펼치던 이탈이아의 도시를 중심으로 시작된 운동으로 자연환경과 전통문화를 보전하면서 참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운동으로 2007년 담양의 창평면과 완도군 청산도, 신안군 증도, 장흥 유치면 등 우리나라의 4개 지역이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지정되었다. 담양의 자연유산과 담양군 창평면의 돌담, 고택 등 전통문화가 조화를 이루어 슬로시티에 선정되게 된 것이다.

담양은 과거부터 대나무, 관방제림, 소쇄원, 면앙정,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슬로시티 등 건강한 자연과 아름다운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작은 도시이다. 호남정맥의 산줄기가 감싸고, 영산강이 발원하는 담양이 자연과 조화되어 아름다운 문화를 꽃 피우고 있다. 슬로우시티 지정과 함께 아름다운 생태문명을 꽃피우는 ‘갓골’ 담양이 우리들에게 참삶의 가치를 일깨운다.

/전북녹색연합 한승우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