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과 인물] 산경표의 저자, 여암 신경준

2010년 4월 12일 | 회원소모임

[호남정맥과 인물] 산경표의 저자, 여암 신경준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10개월간의 호남정맥 탐사가 이제 전북구간을 마무리하고 전남구간으로 넘어간다. 전체 약 525km 구간 중에 이제 222km를 걸었을 뿐이다. 아직도 가야할 호남정맥 산줄기가 더 멀다.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호남정맥 산줄기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1대간 1정간 13정맥의 산줄기를 체계화한 지리학자가 여암 신경준 선생이다. 그런데, 신경준 선생을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 여암 신경준 선생이 호남정맥 자락의 순창 출신이라는 사실은 더더욱 알려져 있지 않다.

여암 신경준 선생은 숙종 38년(1712년) 순창군 가남리 남산대에서 신숙주의 동생 신말주의 후손으로 태어났다. 신경준 선생이 태어난 남산대는 호남정맥 상의 광덕산(578) 아래 뫼봉(332)에서 동쪽으로 분기하여 아미산(515)과 옥녀봉, 안산(346)을 거쳐 남산에서 순창읍으로 펼쳐지는 곳이다. 이곳 남산에 오르면 귀래정이라는 정자가 만들어져 있는데, 담양의 면앙정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아름다운 정자로 손꼽히며 이곳에 서면 순창 읍내가 한 눈에 들어오고 멀리 백두대간 줄기가 지평선으로 바라다 보인다.

여암 신경준 선생은 조선시대 영·정조 시기의 실학자로 국어와 지리는 물론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실학자이자 행정관료였다. 현대의 탱크와 같은 화차를 설계하기도 하였으며, 도로에 대해서도 특히 관심이 많아 도로고를 저술하기도 하였다. 그의 저서로는 1750년 훈민정음을 과학적으로 해설한 ‘훈민정음운해’가 있고, 1770년 영조의 명으로 서명응, 채제공 등 당시의 실학자들과 함께 편찬한‘동국문헌비고’가 있다. 특히 여암은 동국문헌비고 중의‘여지고’‘강계지’‘사연고’‘도로고’‘산수경’등의 지리서를 편찬했고, 동국여지도, 팔도지도 등의 지도도 편찬하였다.

그리고 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여지편람’을 편찬했으며, 여지편람의 일부가 ‘산경표’이다. 산경표는 정확히 얘기하면 지도가 아니라 지리서이다. 산줄기를 그림으로 그린 것이 아니고 마치 사람의 족보처럼 대간과 정맥은 종으로, 정맥에서 갈라진 기맥은 횡으로 정리한 지리서이다. 이처럼 여암 신경준 등 실학자들에 의해 비로소 우리나라의 산줄기가 체계화 되었으나, 지도상으로는 1402년 우리나라에서 만든 세계지도인 혼일강리도에도 백두대간을 비롯한 중심 산줄기가 표시되어 있다. 오랜 옛날부터 우리선조들에게 백두대간이 인식되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신경준 선생은 오랜 역사를 통해 이어져온 우리 고유의 산줄기 인식을 체계화한 것이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쉽고 과학적이며 오래된 산줄기와 지리체계가 안타깝게도 일제의 산맥도에 의해 오랫동안 잊혀졌던 것은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 만약 1980년 이우형이라는 지도제작자가 고책방에서 산경표를 우연히 찾아내지 못했다면 아마도 산경표와 백두대간 등 우리고유의 산줄기 인식은 사라졌을 것이다. 참으로 애가 타고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산경표의 내용을 일부 들여다보면 금남정맥이자 호남정맥이기도 한 금남호남정맥은 장안산으로부터 시작하며, 마이산에서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이 나뉘어지는 것으로 표시하고 있다. 호남정맥의 경우 현재 금남호남정맥이 마이산과 부귀산을 거쳐 주화산에서 분기하는 점을 비교하면 산경표에 부정확한 부분도      
  
존재한다. 이 부분의 경우 당시 마이산이 지역에서 대표성을 가지는 산이고, 주변 전체의 산을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했기 때문에 마이산에서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이 분기하는 것으로 표시한 것이 아닌가 추측할 수도 있다.

[imgright|330237_44270_2454_1.jpg|299|전북녹색연합 한승우 사무국장|0|1]일부의 오류가 있으나 산경표와 우리나라 지도는 세계에 자랑할 만큼 정확하고 역사성이 있으며, 체계화되어 있다. 자랑스런 우리의 지리서가 역사속에서 소멸할 뻔한 위기를 넘긴 것도 다행이지만, 이러한 중요한 지리서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태어난 실학자에 의해 만들어졌다는데 자긍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단순히 인식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대내외적으로 그 과학성과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다시 정규 지리개념으로 복원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 특히, 호남정맥부터 지역에서 복원하기 위한 노력을 펼쳤으면 좋겠다.

/전북녹색연합 한승우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