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과 생태] 영산강, 영산강은 알고 있다

2010년 4월 1일 | 회원소모임

[호남정맥과 생태] 영산강은 알고 있다

/2010년 03월 26일 (금) 새전북신문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해 우려하는 국민적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유독 영산강에서는 강의 준설과 뱃길을 복원하자는 요구가 높고, 이러한 요구와 맞물려 4대강사업을 찬성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등 남다른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전라남도가 반 한나라당 정서가 강한 지역임을 감안하면 이러한 시위는 더욱 의아해 질 수밖에 없으며 무언가가 있다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이처럼, 영산강유역에서 주민들이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시위의 배경에는 5급수 수준으로 악화된 영산강 하류의 수질이 있다. 반면 오랫동안 수질이 악화됐음에도 그동안 전라남도와 관련 지방정부에서 뚜렷한 영산강 수질개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영산강 하굿둑을 개방해서 수질을 개선하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시되었으나 이마저도 지자체장들의 소극적인 태도로 성사되지 못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주민들의 원성은 높아만 갔다.

그런가하면 지역의 민주당 소속 단체장들과 국회의원들은 겉으로는 4대강 사업을 반대하면서도 뒤에서는 4대강사업 예산확보를 위해 앞장서고, 더욱이 영산강 정비예산이 낙동강에 비해 턱없이 적다고 불평을 토로하는 등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처럼 정치권과 지방정부가 갈팡질팡하는 사이 영산강유역 일부 주민들이 현재 4대강 사업 찬성집회를 하는 것은 주민입장에서는 오히려 솔직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영산강은 담양군 용면(龍面)과 순창군 쌍치·구림면 사이에 위치한 호남정맥의 용추봉(龍湫峰: 560m)아래 용소에서 발원하여 담양 ·광주 ·나주 ·영암을 지나 영산강 하굿둑을 통하여 서해로 흘러든다. 강의 길이로만 보면 115.5km로 225km의 섬진강에 비해 길이가 짧다. 유역면적도 섬진강이 4,896.5㎢인데 비해 영산강은 유역면적 3,371㎢로 섬진강이 영산강보다 크다. 길이와 유역면적으로 비교하면 영산강은 우리나라 5대강에 해당된다. 하지만, 영산강유역에는 광주광역시 등 대도시가 있고 섬진강에 비해 2배가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어서 그 비중에 있어서는 영산강이 섬진강에 비해 크다고 하겠다.

[imgright|1260783243812.jpg|300| |0|1]영산강유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해발고가 낮아 바닷물의 조수에 의한 영향을 많이 받았다. 목포로부터 약 50km 상류에 위치한 나주의 영산포까지 배가 드나들 수 있었던 것도 밀물때 수심이 깊어지기 때문이었다. 바닷물의 영향은 평상시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홍수시에는 밀물로 인해 강물이 흘러가지 못하고 범람하여 논경지에 큰 손실을 입히기도 했다. 이러한 하천 범람과·농토 침식 등의 피해를 막기 위해 1981년 12월에 하구를 막아 영산강하굿둑이 축조되었으며 이로 인해 홍수로 인한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옛날, 영산강은 목포에서 영산포로 드나드는 홍어배와 어선들로 분주했고, 풍요의 강이었다. 그러나, 내륙에 위치한 영산포 포구는 영산강 하굿둑이 막히면서 지역경제가 줄곧 내리막길이다. 이는 금강의 강경포구와 같은 운명이다. 아직도 1915년 만들어진 영산포 등대만이 외롭게 남아 영산포의 영화를 추억하고, 홍어의 거리가 향수를 달래줄 뿐이다. 그 옛날 영산포의 영화를 잊지 못하는 어민들과 사람들이 다시 모여 1998년 ‘영산강 뱃길복원 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창립한 지 10년도 넘은 영산강 뱃길복원 추진위원회는 뱃길복원을 위해서라면 4대강 정비사업도 마다하지 않았다. 달리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영산강정비사업으로는 영산강이 살아날 수 없음을 주민들도 깨닫기 시작하고 있다. 정작 하굿둑 건설로 20여 년간 퇴적된 오염물질은 걷어내지 않고 상류 깨끗한 지역의 모래와 자갈 만 파내는 하천준설이 오히려 영산강의 수질을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전라남도의 개발관료들도 오염된 퇴적물과 이로 인한 수질의 악화를 들어 영산강 정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그러나 현재는 하류의 오염된 퇴적물은 걷어내지 않고 오히려 보를 만들어 수질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명박정부와 개발관료는 영산강유역 주민들의 염원을 왜곡해 자신들의 목적만 채우고 주민들을 이용한 꼴이다.

[img|1260686211015.jpg|600| |0|1]영산강 수질악화의 원인은 분명하다. 영산강하굿둑이 농경지 침수를 막는 효과는 보았지만, 이와 함께 오염된 퇴적물이 쌓이고 수질은 나빠지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이러한 부작용과 동시에 뱃길이 끊겨 영산포와 어민들의 삶도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원인이 분명하니, 해결책도 간단하다. 영산강의 수질을 개선하고 영산포와 영산강 유역의 경제를 살리는 길, 영산강 뱃길을 복원하는 길은 하굿둑을 다시 개방하는 것이다. 다만, 농경지 침수가 문제라면 홍수 때와 바닷물이 높아지는 사리 때에 하굿둑 갑문의 개폐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면 되는 것이다. 이처럼 간단한 해결책이 시행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영산강의 수질을 개선하면서 영산강유역의 영화를 다시 되살리는 방안이 실현되지 못하는 이유, 영산강은 말이 없지만 영산강은 알고 있다.

/한승우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