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과 생태환경] 섬진강댐과 유역변경식발전소

2009년 12월 23일 | 회원소모임

[호남정맥과 생태환경] 섬진강댐과 유역변경식발전소  

2009년 12월 18일 (금) 새전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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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읍시 칠보면에 위치한 유역변경식 섬진강댐수력발전소가 바라다보인다./황성은 기자  
  

섬진강댐은 섬진강의 상류인 전라북도 임실군 강진면 용수리와 정읍시 산내면 종성리 사이에 놓인 높이 64m, 길이 344m의 중력식 콘크리트댐이다. 섬진강댐은 정읍시 산내면 능교2리 용암부락의 취수구에서 물을 취수하여 6.2km의 도수로를 통해 동진강유역의 정읍시 칠보면 시산리로 용수를 공급한다. 섬진강댐은 바로 하천수가 부족한 동진강 유역의 농업, 상수원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역변경식 댐이다. 또한, 농업,상수원수의 공급과 병행하여 수력발전을 겸하고 있다.

섬진강댐은 처음 일제시대인, 1929년 현재의 댐보다 2km 상류인 임실군 강진면 옥정리에 높이 40m로 건설되었으며, 임실군 운암면 운정리 굴등에서 취수하고 2,716.54m의 도수로를 설치하여 현재의 정읍시 산외면 종성리로 용수를 공급하였다. 일제시대에 일명 ‘운암저수지’를 건설한 것은 동진강유역의 정읍과 김제평야에 부족한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것 이었다. 이를 통해 김제평야에서 더 많은 쌀을 생산하고 군산항을 통해 더 많은 쌀을 일본으로 빼앗아 갈 수 있었다. 현재도 최초에 건설되었던 도수로를 통해 초당 0.7톤의 용수가 공급되고 있으며, 6∼8월 하절기에는 초당 최대 15톤의 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 가뭄으로 인해 1929년 건설된 엤날 운암저수지의 제방이 다시 드러났는데, 드러난 제방의 표석에는 “기공 4258년 11월, 준공 4262년 11월, 금 2백 5만원” 이라고 적혀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섬진강댐은 1965년 준공된 것이며, 1차 1945년 확대공사 중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남한 최초의 유역변경식 발전소인 운암발전소는 운암저수지가 건설되고 난 후, 1933년부터 발전을 시작하여 1985년까지 운영되었다. 현재의 섬진강수력발전소는 섬진강댐의 확대와 더불어 1945년부터 1호 발전기(시설용량 1만 4,400kW×1기)를 준공하고 처음 ‘칠보발전소’란 이름으로 발전을 시작했으며, 61년 섬진강수력발전소로 개칭하고 65년에 섬진강댐 준공과 더불어 제2호 발전기(1만 4,400kW×1기), 1985년 3월에 제3호 발전기(6,000kW×1기)를 건설했다. 발전소는 유효낙차 151.7m의 고낙차를 이용해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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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진강댐수력발전소에서 대원들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황성은 기자  
  

현재 한국수력원자력이 운영하는 섬진강수력발전소는 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와 협약을 체결하여 섬진강댐의 수위를 매년3월 기준 188.68M로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10월 이후 갈수기에는 물을 끌어오지 못해 거의 전력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으며, 4월에서 9월까지만 관개용수공급과 함께 수력발전을 하고 있다. 연간 평균 1억 8,100만 k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으며, 4월 9월까지 공급하는 관개용수는 정읍과 김제·부안·계화도까지 공급하고 있다.

섬진강댐은 섬진강 상류의 물을 동진강으로 흘려보냄으로써 농업과 상수용수를 공급함은 물론 동진강유역의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초 평야지대인 동진강유역은 섬진강과 유역·환경의 차이로 쉬리·빙어·자가사리·은어·줄종개·왕종개 등이 서식하지 않았으나, 섬진강물이 흘러들어 새롭게 유입됐다. 이러한 생태계의 변화는 비슷한 어류의 잡종화를 가져와 유전자교란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며 자칫 고유한 유전자원을 상실하게 된다. 또한, 섬진강은 유량이 부족한 동진강 유역의 수질을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으며, 논란이 되고 있는 새만금호의 수질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호남정맥을 사이에 두고 섬진강은 호남정맥 동쪽의 산지하천이고 동진강은 호남정맥 서쪽의 평지하천이다. 때문에 비슷한 위도에 위치해 있음에도 섬진강댐 하부의 섬진강 하상 해발높이가 139.28m, 동진강 칠보지역의 해발높이가 29.65m로 해발고도가 110m 정도 차이가 난다. 이러한 지형적 차이와 동진강유역의 농업용수 확보의 필요성이 섬진강유역변경식 발전소를 탄생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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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진강댐수력발전소 발전기./황성은 기자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유역변경식발전소는 도암댐(강릉), 보성강댐, 용담댐, 섬진강댐 등 4곳에 있으며, 도암댐은 백두대간, 용담댐은 금남정맥, 섬진강댐과 보성강댐은 호남정맥을 가로질러 유역변경식 발전을 하고 있다. 우리고유의 지리인식인 산경도의 대간과 정맥을 가로질러 유역변경식발전소가 있는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왜, 우리나라의 대간과 정간에 유역변경식 발전소가 있을까? 먼저, ‘유역’이 무슨 뜻인지 부터 알아보자. 백과사전에는 지리학용어로 ‘유역’을 ‘강이나 수계로 흘러드는 지표수의 범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쉽게 설명하면 ‘동일한 강으로 흘러드는 물줄기 주변의 전체 지역’이라 정의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지리인식과 산맥체계로 섬진강 유역의 경계를 표현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이런 식이 될 것이다. ‘섬진강유역은 노령산맥이 지나가는 장수지역의 장안산과 수분재, 팔공산, 진안의 마이산, 임실지역의 오봉산, 정읍의 내장산 그리고 광주지역의 무등산…. 등등을 이은 산줄기 안쪽지역과 소백산맥이 지나가는 장수에 위치한 영취산에서…지리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의 동쪽지역을 가리킨다’. 아마 한 페이지를 넘겨 설명해야 할 것이다. 얼마나 구구한가. 그렇게 이은 산줄기 전체가 바로 호남정맥이고 백두대간이다. 우리 고유의 지리체계로는 그토록 간단한데 말이다.

산경도에 의한 섬진강유역은 동쪽으로는 백두대간, 북쪽으로는 금남호남정맥, 서쪽으로는 호남정맥의 안쪽 전체 지역이 섬진강유역이 된다. 물은 산을 넘지 못하니 백두대간 산줄기와 호남정맥 산줄기가 울타리 친 안 쪽으로 물은 흘러 한 곳으로 모이고 그렇게 모인 섬진강 물이 광양과 하동사이로 흘러 남해로 들어간다. 이곳이 바로 섬진강유역인 것이다.

산경도에 의한 정맥은 지역의 중심 산줄기임과 동시에 우리나라의 큰 강을 나누는 울타리이다. 그래서 강물의 흐름을 다른 강으로 바꾸는 유역변경식 발전소가 모두 정맥과 대간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소백산맥이나 노령산맥 같은 산맥체계는 지형이나 물의 흐름과는 무관한 개념이고 정확한 위치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산맥체계로는 유역의 개념을 설명할 수 없다.

/한승우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