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마을이야기] 진안 마을만들기

2009년 9월 14일 | 회원소모임

마을만들기와 호남정맥
-한승우

알만한 사람들에게는 이제 진안하면 ‘마을만들기’가 생각난다. 옛날에 진안하면 마이산이 생각나는 것과 비슷하다. 그 만큼 마을만들기에 진안군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진안군의 마을만들기가 전국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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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마을만들기란 무엇일까?
진안군 마을만들기의 견인차인 구자인 박사는 “마을만들기란 지역주민 스스로 자신의 마을을 살기좋게 만들기 위해 경제, 경관, 교육, 문화, 복지, 환경 등의 분야에서 스스로의 아이디어에 기초하여 공동으로 추진하는 다양한 활동”이라고 말한다. 쉽게 말하면 ‘행정과 주민이 협력하여 살기 좋고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고자 하는 다양한 공동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진안군의 마을만들기는 2001년 ‘읍면지역개발사업’으로 시작하여 교육사업중심으로 진행하다 2003년 ‘으뜸마을가꾸기’사업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그리고 2005년에는 마을사업담당을 1명에서 3명으로 확대하고, 2007년에는 마을만들기 전담팀을 구성하여 행정에서 마을만들기 사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진안군에서 마을만들기가 시작된 남다른 배경과 조건은 무엇이었을까?
진안군은 객관적인 조건에서 대표적으로 낙후된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농촌지역이면서 고원지역이라 농지가 협소하고 농업을 규모화하기에 근본적 한계가 있다. 특히, 2000년을 전후하여 용담댐이 완공되고 농산물시장이 외국에 개방됨에 따라 진안군의 상황은 더욱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대내외적인 어려움 속에서 생존을 위해서 기존과는 다른 발전전략의 수립이 필요했으며, 진안군에서 계약직공무원(경제학박사)을 전격 채용하여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최초 ‘읍면지역개발사업’이란 이름으로 주민주도 상향식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결국, 진안군의 마을만들기는 진안고원-백두대간과 호남정맥, 금남정맥 자락으로 둘러싸인 무주/진안/장수지역-이라는 대표적인 산간농촌지역으로서의 진안이 대내외적인 어려움까지 겹쳐 극한에 다다른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몸부림으로 진안에서 마을만들기가 태동됐다고 할 수 있다.  

진안군에서는 남다르게 마을간사제도 운영, 마을조사단 지원, 마을축제, 그린빌리지사업, 참살기존마을가꾸기사업, 으뜸마을가꾸기사업 등 자체적으로 마을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중앙부처의 지원사업을 지역의 마을만들기 사업과 연계하여 사업의 성공가능성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구자인 박사는 농촌의 마을만들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마을주민이 주도하는 지역발전이어야 하며, 자연과 전통문화가 잘 보전되고 마을주민들이 행복한 공동체’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전제한다.

진안은 호남정맥과 금남정맥 등으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간농촌이다. 그동안 정부정책에서의 농업의 상대적 소외, 대외적인 농산물 개방, 지형적 조건 등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긍정적인 측면에서 자연환경이 덜 훼손되었음을 의미하며, 건강한 자연환경과 전통문화를 최대한 살려내는 것이 지역발전의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마을만들기는 보여주고 있다.    

전북의제21의 박훈 사무국장은 앞으로 마을만들기의 과제에 대해 “마을만들기 사업을 하면서 마을의 자연환경이 파괴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마을만들기 사업이 하드웨어식, 건설사업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역의 생태,문화,경관,역사,복지,에너지 등의 테마를 중심으로 한 사례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현재, 진안지역의 호남정맥은 자연과 조화되는 마을만들기에 역행하는 골프장 건설, 대규모 공원묘지 조성, 대규모 온천시설 추진, 대규모 풍력단지 추진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더욱 불행한 것은 이러한 개발사업들이 대부분 타당성이 부족하여 중도에 좌초하거나 비현실적인 계획으로 추진도 하지 못한 채 중단되는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분별한 개발보다는 호남정맥과 섬진강, 금강의 상류지역으로서의 천혜의 자연조건과 어우러지는 환경친화적인 농업․경제활동과 독특한 문화, 역사 등을 중심으로 한 지역발전전략이 마을만들기의 성공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전주에서 모래재를 거쳐 진안으로 이어지는 옛길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를 보며 자연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경관이 침체된 농촌마을을 생명력이 넘치는 생태문화적 공간으로 거듭나게 하는 가능성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