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의 목소리” 전북시민 릴레이 낭독 16회

2021년 5월 14일 | 메인-공지, 활동, 활동소식

?”체르노빌의 목소리” 전북시민 릴레이 낭독 16회입니다.

 

16회 낭독에서는 해체작업자였던 아르카디 필린씨의 아름답고, 아픈 이야기를 시민 이민재 님의 목소리로 들려줍니다.

 

* 낭독 듣기 → https://youtu.be/IPOEG6y8Yms

 

많은 분들이 들으실 수 있도록 널리널리 공유 부탁드립니다!!

 

[16회 밑줄 긋기]

 

– 우리 원자력 발전소는 정말 안전하기 때문에 붉은 광장에다 세워도 괜찮다고 했소. 크렘린 바로 옆에. 사모바르(주전자)보다 안전하다고 했소. 발전소가 별 같은 거고, 그 별을 우리 땅에 ‘심는다’로 했소.

 

– 사람들은 왜 우리가 자기들 밭을 다 갈아엎고 마늘, 양배추를 뽑아내는지 이해를 못 했어. 마늘이나 양배추가 다 멀쩡한 것을. 할머니들이 성호를 그으면서 묻더군. “군인 선생, 말세가 온 거요?” 집 안으로 들어가니 오븐이 켜져 있고, 훈제고기를 굽는 중이더군. 측정기를 갖다 댔더니, 이건 뭐, 오븐이 아니라 소형 원자로였소.

 

– 어떤 시인의 글 중에 동물도 민족이라는 말을 읽었소. 나는 이름도 모르는 그들을 수십, 수백, 수천 마리씩 죽였소. 그들의 집을 파괴했소. 그들의 비닐을 묻고, 묻었소.

 

– 거기 풍경은 또 얼마나 아름답던지! 굉장했소! 그 아름다움 때문에 끔찍한 공포가 더 끔찍했소. 사람은 거기를 떠나야만 했소. 악당이 피해 다니듯. 범죄자가 도망 다니듯 우리도 떠나야만 했소.

 

– 흙을 흙 속에 묻었소. 딱정벌레, 거미, 유충도 함께. 그 민족을, 그들의 세상을·····.

 

* 아르카디 필린 (해체작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