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의 목소리” 전북시민 릴레이 낭독 13회

2021년 5월 11일 | 메인-공지, 활동, 활동소식

?”체르노빌의 목소리” 전북시민 릴레이 낭독 13회입니다.

 

13회 낭독에서는 체르노빌 핵사고 당시 핵발전소에 투입되었던 해체작업자, 군인, 방사선 선량기사, 경찰관들의 이야기를 정현숙 님의 목소리로 들려줍니다. 우리는 그들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 낭독 듣기 → https://youtu.be/oL3oeQlSYeo

 

 

많은 분들이 들으실 수 있도록 널리널리 공유 부탁드립니다!!

 

 

 

[13회 밑줄 긋기]

 

– 하루는 지하에서, 하루는 원자로 지붕에서 긁어내고, 벗겨 냈다. 삽을 들고 어디든 갔다. 로봇이 못 견디고 기술이 미쳐가는 곳에서 우리는 일했다. 귀에서, 코에서 피가 났다.

 

-“우리 줄카 죽이지 마세요. 착한 강아지예요.”

 

– 신문은 우리의 영웅성에 대해 떠벌렸다. 영웅다운 젊은이라고, 선한 일을 행하는 콤소몰 청년이라고! 그런데 실제로 우리는 누구였을까? 우리가 무슨 일을 했는가? 나는 알고 싶다. 책으로 읽고 싶다. 내가 직접 거기 있었음에도 알 수 없다.

 

– 물로 위험한 일이지. 방사선이라니까······. 위험한 게 맞소. 하지만 누군가는 뭔가 해야 하지 않겠소.

 

– 집으로 돌아왔소. 그곳에서 입고 있던 옷을 다 벗고 쓰레기통에 던졌소. 막내아들이 졸라서 군모를 줬소. 아들은 절대로 벗지 않고 매일 쓰고 다녔소. 2년 후 아들은 뇌종양 진단을 받았소. 나머지는 알아서 쓰시오. 더는 말하고 싶지 않소······.

 

– 원자로에 모래를 뿌리듯 우리를 그곳으로 몰고 갔다. 모래 자루처럼. 매일같이 새로운 ‘전투 현수막’이 걸렸다. ‘남자답게 당당히 일하자!’, ‘끝까지 견디면 승리한다’와 같이 우리를 불의 용사라고 한껏 치장해서 불렀다.

 

–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 군사훈련이나 전쟁놀이 같았다. 하지만, 진짜 전쟁이었다. 핵전쟁······. 뭐가 무서운지 무섭지 않은지, 무엇을 두려워해야 할지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지 몰랐다. 아무도 몰랐다.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 우리 속옷을 빨아주던 아주머니들을 잊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미리 세탁기 생각을 못 해서 결국 안 가져왔다. 손빨래를 해야 했다. 아주머니들은 다 나이가 많으셨다. 손이 물집과 부스럼으로 뒤덮이셨다. 빨래는 그냥 더러운 옷이 아니라 수십 뢴트겐에 노출된 옷이었다. “젋은이들, 좀 먹어.” “청년들 좀 자둬.” “아직 나이도 어리잖아요. 조심해요.” 안타까워하셨고 우리를 위해 우셨다. 지금은 살아 계실까?

 

– “화내지 마세요. 이사 간다고 벌써 허가서 제출했어요. 봄에 떠날겁니다.”

“그런데 텃밭은 왜 가는 거예요?”

“가을마다 하는 일이니까요.”

 

– 말하자면 핵을 삽으로 푼 거다. 20세기에······.

 

– 서류에 서명하라고 했다. 기밀유지 계약이었다. 나는 침묵했다. 말해도 된다고 했다고 쳐도 누구에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제대하자마자 2급 장애인이 되었다. 스물두 살이었다. 공장에서 일했다. 공장 사장이 말했다. “계속 아프면 자를 거야.” 결국 해고됐다. 사장을 찾아갔다.

“ 이러실 수 없습니다. 저는 체르노빌에서 일했어요. 여러분을 구했다고요. 보호했다고요!”

“나는 너 거기 보낸 적 없어.”

– 나는 침묵한다. 내 말을 들을 준비가 된 사람이 있을까? 내가 대답할 수 있도록 나와 얘기할 사람이 있을까? 나의 언어로······.

 

– 나는 이제 죽음이 두렵지 않다. 죽음 자체는······.

하지만 어떻게 죽을지는 모른다. 친구가 죽을 때 몸이 부어올라 드럼통처럼 커졌다. 옆집 사람, 그도 거기 있었다. 크레인을 운전했다. 그는 숯처럼 까매지고 어린아이처럼 야위어갔다. 나는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 선택할 수만 있다면 평범하게 죽고 싶다. 체르노빌 식 죽음이 아닌 평범한 죽음······.

 

– 레오니트 톱투노프라는 기술자에 관한 것이다. 그는 그날 밤 발전소에서 당직을 섰는데, 폭발 몇 분 전에 빨간색 비상보호체제 버튼을 눌렀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그는 모스크바에서 치료받았다. 하지만 의사들은 손을 내저었다. “살릴 게 있어야 살리죠.” 그의 신체 중 유일하게 피폭되지 않고 깨끗하게 남은 것은 등에 있던 작은 반점이었다. 그는 미틴스크 묘지에 묻혔다. 그의 관은 포일에 싸서 매장 되었다. 그리고 1미터 반 두께의 시멘트 판과 납 한 겹이 그 위를 덮었다. 그의 아버지가 왔다. 서서 울었다. 사람들이 지나가며 말했다. “네 자식새끼가 폭발시켰어!” 하지만 그는 기술자일 뿐이었다. 그런데 마치 외계인이라도 되는 듯 묻혔다.

 

– 차라리 내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죽었더라면······. 솔직히 말하면 그런 생각이 쏟아지듯 밀려온다. 그곳에서 죽음은 그저 일상이었고 이해할 수 있었다.

 

– “아빠, 거기 어땠어요?”

“전쟁이야.”

다른 말을 찾지 못했다.

 

* 아르톰 바흐티야로프(일반 사병), 올레크 레온티에비치 보로베이(해체작업자), 바실리 이오시포비치 구시노비치(운전병 겸 정찰병), 게나디 빅토로비치 데메네프(경찰관), 비탈리 보리소비치 카르발레비치(해체작업자), 발렌틴 콤코프(운전병), 에두아르트 보리소비치 코로트코(헬기 조종사), 이고리 리트빈(해체작업자), 이반 알렉산드로비치 루카슈크(일반 사병), 알렉산드르 이바노비치 미할레비치(방사선 선량기사), 올레크 레오니도비치 파블로프 소령(헬기조종사), 아나톨리 보리소비치 리바크(보안소대 지휘관), 빅토르 산코(일반 사병), 그리고리 니콜라예비치 흐보로스트(해체작업자), 알렉산드르 바실리예비치 신케비치(경찰관),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 시베트(대위), 알렉산드르 미하일로비치 야신스키(경찰관)